나는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색칠공부를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색칠공부 책 속의 캐릭터나 동물, 풍경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이었고, 그것을 채워 넣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빈 공간에 내가 원하는 색을 입히는 과정은 마치 마법 같은 일이었다. 단순한 선들로 이루어진 밑그림이 점차 생명을 얻고,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지면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순간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색칠공부의 가장 큰 매력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무채색의 밑그림에 어떤 색을 입힐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다. 하늘을 파랗게 칠할 수도 있지만, 보라색이나 분홍색으로 칠할 수도 있다. 초록색이어야 할 나뭇잎을 노란색으로 칠한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색칠공부의 묘미였다.
색칠하는 동안 나는 조용히 몰입할 수 있었다. 손끝에서 색연필이 움직이며 선을 따라 색이 채워질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졌고, 작은 성취감이 차곡차곡 쌓였다. 처음에는 삐뚤빼뚤하게 색을 칠했지만, 점점 더 정교하게 색을 채우고, 색을 조합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색이 겹쳐지는 부분에서 생기는 새로운 색감, 부드러운 그라데이션 효과를 발견할 때면 작은 기쁨을 느꼈다.
색칠공부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창의력을 키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한 가지 색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색을 조합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색의 조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웠다. 또한, 집중력과 인내심도 함께 길러졌다.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려면 조심스럽게 색을 칠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기 때문에 신중함도 배울 수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색칠공부를 하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요즘은 성인용 색칠북도 많아, 복잡한 패턴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색칠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색칠하는 동안은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색과 선에 집중할 수 있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색칠공부의 즐거움은 단순한 색을 채우는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상의 세계를 펼쳐 나가고, 작은 붓질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창의적으로 나만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작은 성취감과 마음의 여유를 얻는다. 지금도 색연필을 손에 쥐고 색칠을 하면, 어릴 적의 순수했던 마음이 떠오르며 다시금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색칠공부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우리에게 창의력과 집중력, 그리고 마음의 안정을 선물하는 소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