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색칠공부를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색칠공부 책 속의 캐릭터나 동물, 풍경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이었고, 그것을 채워 넣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빈 공간에 내가 원하는 색을 입히는 과정은 마치 마법 같은 일이었다. 단순한 선들로 이루어진 밑그림이 점차 생명을 얻고,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지면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순간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색칠공부의 가장 큰 매력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무채색의 밑그림에 어떤 색을 입힐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다. 하늘을 파랗게 칠할 수도 있지만, 보라색이나 분홍색으로 칠할 수도 있다. 초록색이어야 할 나뭇잎을 노란색으로 칠한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